잡담/회고록

암걸린_개발자 - <2> 암환자가 되다.</2>

이전 이야기 3줄 요약

  1. 회사 퇴사함
  2. 손목아파서 병원간김에 다리도 점검받음
  3. 이상함. 흰덩이리가 보임. MRI찍으라는 말을 들음

거의 반년만에 뒷 이야기를 쓰다니... 항상 이런저런 이유로 늦장을 부렸지만.

더는 안된다. 이제 다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해보겠다.

생각해보니 읽기 귀찮은 사람도 있을꺼 같다.

그래서 바쁜 현대인을 위하여 3줄 요약을 먼저 적고 가려고한다.

이번 이야기 3줄 요약

  1. MRI를 찍어보니 조직검사각.
  2. 조직검사 해보니 암임(ㅋ)
  3. 치료 받을 병원 고름

MRI 찍읍시다.

여러분은 촉을 뭐하고 생각하는가?

나는 감히 빅데이터라고 말하겠다.

 

인생을 살며 수없이 겪은 경험 때문에 생각과 추론의 단계를 건너뛰고 현상과 결과가 바로 이어지는게 나는 촉이라 생각한다.

이 얘기를 왜하는지 의아할꺼다. 왜냐면 내가 촉이 빡세게 왔었다.

 

내가 ㅁ 됬단 촉말이다.

 

일단 사는곳 근처의 좀 큰, 약간 중급정도 사이즈의 병원에 MRI를 신청했다.

이미 사이렌 100개는 켜진듯한 머리속을 가진채로 MRI를 찍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MRI의 결과를 들으러 가는날, 나는 내 믿음직한 친구에게 부탁했다. 함께 가달라고.

20후반의 다 큰 청년이 병원에 혼자 가는걸 무서워 한다니, 누가 들으면 혀를 쯧쯧 찰만한 이야기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났다.

내 촉이 경고하고, 예상하고 있는 결과를 1:1로 마주보고 제정신을 유지할 결과가 말이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진료실을 들어갔다 나왔고, 나는 친구와 함께 오자고 말한걸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왜 이럴때만 내 거지 같은 촉은 들어맞는지 모르겠더라.

 

결론은 매우 안좋으며, 당장 조직검사를 해봐야한다.

MRI만으로 진단할수 없지만, 경험상 이건 일 가능성이 높다.

 

세상이 샛노랗다는 생각. 그 가슴의 내려앉음. 삶의 마지막 챕터를 펼친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부모님에게는 그냥 검사를 헀는데 조직검사를 해봐야 한다더라 이런식으로만 말했다.

 

친구는 별거 아니다, 요즘 암이라고 다 죽는거 아니다~ 라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며 '봐바라, 내가 검색해서 말해줄게 별거아닐꺼야 ㅋㅋ'

라고 찾아본 암의 종류는 육종암 이었고, '별거'인 암이었다.

 

추후에 찾은 바로는 희귀암이며 종류에 따라서 다리를 절단하기도 하는 그런 암이었다.

 

조직검사 하실게요~

 

짧게 이야기 해보자.

 

사는곳중 가장 가까우면서, 빠르게 조직검사할수있는 원자력병원을 가서 조직검사를 받았다.

이곳에 육종암명의가 계신다고 많이들 알려져 있는데 추후에 알고보니
나와 같은 살에생긴 '연부조직육종'이 아닌 뼈에 생기는 '골육종'전문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되었다.

 

결과는 아버지랑 함께 들으러갔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진료실앞, 의자에 앉아 들어가기전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마음 단단히 먹고들어. 나 암일수도 있어. 가능성 높아. 미리 마음준비 하라고 말해주는거야.

 

정말. 정말로 많은 생각을 하고 말했다.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사람없는 병원의, 의자에, 나란히 앉은 익숙한 아들의 옆모습에서 너무나 이질적인 말을 듣는 그 심정은.

 

하지만 나는 말을 했어야 했고, 나는 무너져 있을수 없었고, 정신을 차렸어야 했다.

내가 무너지면, 슬퍼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걸보는 부모의 가슴은 얼마나 무너져 내릴것인지.

 

딱 그거 하나 생각하고 정신 붙잡고 있었다.

실제로 글을 쓰고있는 지금까지, 힘들다는 얘기와 우는모습을 부모님께 한번도 보여드리지 않았다.
지금도 참 잘한 선택이었던거 같다.

 

그렇게 결과는 예상대로 암이었다.

 

정확히는 연부조직 육종 중 하나인 점액성 지방 육종 이었다.

사이즈는 18cm였다. 컸다.

 

의사는 이 암이 허벅지 신경에 엄청 가까이 있다고 했고, 신경과 함께 암을 제거해야 할수도 있다 했다.

그러면, 나는 무릎아래가 움직이지 않을것 이라고 했다.

즉, 절음발이가 된다는 말이었다.

 

항암을 할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

 

나는 암환자가 되었다.

 

진단 그 이후

 

수술 일정을 일단 잡아 두었다.

아버지는 내색을 안헀지만 큰 충격을 받으셨는지,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수술실문을 열고 들어가실뻔 했다.

 

그때 아버지에게 한말이 기억에 남는다.

 

정신차려, 당사자인 나도 정신 차리고있는데, 아빠도 정신 차려야 할꺼 아니야.

 

 

물론 그렇게 말을 하고 있기에, 가만히 있어도 벌벌 떨리던 손은 숨겼어야 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났다.

우리 가족은 찾아온 재앙을 마주하였으며, 사방팔방으로 해결법을 찾아 다녔다.

 

그러던중,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에서도 진단을 받고 그래도 항암과 신경절단을 해야하는지 생각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암이란 병이 하루아침에 확 안좋아지는게 아닌 천천히 많은 시간을 가지고 안좋아지는 병이기에 1,2달의 시간은 벌수 있을것이라 판단했다.

아버지는 빠르게 수술할수있는 원자력병원을 가시길 바랬지만, 나는 최소한 다른병원도 같은 의견일때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20대 후반에 장애를 가지게 되는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하지만, 정말 다행이도 아산과 서울대 두곳 모두 신경절단할 필요는 없으며, 항암도 필요 없을것이다라고 해주셨다.

또한, 이 육종이란 암이 아종이 40종류나 되며, 희귀암인 탓에 인터넷이 정보도 거의 없어서 불안한 했었는데

서울대와 아산에서 질문을 많이했고, 충분히 답변을 다 해주셔서 많은 불안을 해소 할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던중 서울대 병원으로 선택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불친절한 답변과 신경절단, 항암, 전신MRI도 안찍은 원자력병원은 걸러졌다.
  2. 방사선치료를 수술후에 하자고 했던 아산은 집에서 1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통원이 힘들것 같았다.
  3. 방사선을 먼저 하며, 희귀암인 만큼 집도 경력이 많은 서울대를 선택하였다.

그렇게 나는 2달간의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